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일 국내 기업들의 대출에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전경련은 최근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가운데 또 다른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유사시 기업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기업 대출의 부실 징후로 △코로나19(COVID-19) 이후 급증한 기업 대출 △기업들의 대출 상환능력 악화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 △부동산 등 취약 업종으로의 대출 쏠림현상 △비은행기관을 통한 대출 비중 증가 등 5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기업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10년간(2009~2019년 말)은 기업 대출이 연평균 4.1% 증가한 데 비해, 팬데믹 이후 현재(2019년 말~2022년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12.9%에 달했다. 기업 대출금액은 2019년 말 976조원에서 현재 1321조3000억원으로 35.4% 늘었다. 반면 상환능력은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DSR을 통계확보가 가능한 주요국(총 17개국)들과 비교한 결과, 한국을 제외한 16개국 기업의 DSR은 팬데믹 이전 평균 41.1%에서 올해 1분기 40.6%로 0.5%p(포인트) 줄며 개선됐다. 한국기업의 DSR은 동기간 37.7%에서 39.7%로 오히려 2%p 증가하며 상환능력이 악화했다. 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 현재 대출 잔액 기준으로 기업 10곳 중 7곳 이상(72.7%)이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민감 업종인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GDP(국내총생산) 비중 대비 가장 많은 대출이 발생했고, 비은행 기관의 대출 증가율이 예금은행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본보기 /사진제공=전경련 전경련은 기업 대출 부실화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법인세제 개선을
통한 세 부담 경감의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자금 사정 7월 0.5%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년3개월 만에 2.5%p가 인상돼 10월 현재 3%를 기록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의 추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세 부담 경감에 대해서는 기업의 잉여 소득을 간접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경제위기 시에는 자금 압박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금융 방어적 수단이라 설명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하는 내용의 정부 세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금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불어나는 상환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 세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유사시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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