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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17일 회담에서 사우디의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와 원전 등 경제·산업 분야부터 방산 협력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고위급 전략파트너십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양국 협력 관계를 종전 경제 중심에서 안보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인 사우디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 5000억달러(약 670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네옴시티 관련 철도·주택 프로젝트를 비롯해 화학, 수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비전 2030을 넘어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이 손을 잡은 것이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확대 회담에 이어 단독 환담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오찬을 이어가며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위급 확대 회담은 관저 리셉션장에서 40여 분간, 이어진 단독 환담은 관저 거실과 정원 등 가족 공간에서 40여 분간 진행됐다. 이어진 오찬(1시간 10분간)까지 포함해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총 2시간 30분간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양국 장관 간 실무 회담이 진행되는 사이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통역만 대동한 채 정원을 산보하며 환담을 했다”고 했다.
확대 회담에는 양국 경제·산업 관련 부처 장관은 물론 국방장관까지 포함해 고위급 참모 11명씩이 배석했다. 사우디가 국가 차원의 전략 프로젝트(비전 2030) 실현을 위한 핵심 파트너국으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자, 한국 정부 역시 사우디와의 경제·안보 협력을 위해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국빈급으로 예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분야의 경우 수소에너지·탄소포집기술·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 협력을, 방산 분야에선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협력을, 인프라 분야에선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한국 중소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참여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올해 37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의 운전과 축구장 입장을 허용하고 한때 금지됐던 영화관과 외국 가수 콘서트 등을 승인하는 등 서구에서 ‘MBS(이름 이니셜)’로 불리며 ‘개혁’ 이미지를 키워갔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문화·인적 교류와 관광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문화 분야 협력 파트너로도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가 건설, 에너지, 석유화학 등 한국의 제조업 기술은 물론 K팝,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2017년 엔터테인먼트청(GEA)을 설치하는 등 테마파크 개발, 영화관과 콘서트 허용 등을 추진해왔다.
원전·방산 수출 관련 분야에 대한 협력이 논의된 것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사우디 원전 수주 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측과 원전 기술 이전과 수출 협력에 합의한 것을 염두에 두면서도 사우디 원전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회담에는 사우디에서 장관 10명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배석했고, 한국 측에선 추경호(경제부총리), 박진(외교), 이종섭(국방), 이창양(산업), 원희룡(국토교통) 등 장관 5명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11명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기념비적인 논의(milestone discussion)를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양국이 경쟁 중인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는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사안”이라면서 “첫 만남에선 협력 분야 논의에 주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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